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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시간의 통화, 그리고 긴 이별
작성자 : 관리자(visualcanada@naver.com)   작성일 : 20.04.27   조회수 : 1449


30시간의 통화, 그리고 아름답고 긴 이별을 나눈 가족들의 이야기가

CNNUSA투데이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린 아버지와 면회가 금지된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창구는

담당 간호사가 도와준 덕에 연결된 휴대전화와 이어폰뿐이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담당 의사의 말에

아버지의 마지막 숨소리를 듣기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

텍사스 달라스 등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사는 네 남매는 전화로 모두 모였다. 

 


"아버지가 모닥불 주위에서 기타 연주했던 것,

함께 호수에 놀러 가서 놀았던 것 기억나요? 그때 정말 행복했었죠." 


"사랑해요 아빠


"감사해요


"죄송해요"



위독한 아버지가 비록 말은 할 수 없었지만

한마디라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바람에서

자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와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고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연결된 전화를 통해 어렸을 적 불렀던 노래를 함께 합창하고

어린 시절 추억들을 하나씩 풀어내는 동안 통화는 하루하고도 반나절,

장장 30시간 동안 이어졌고

아버지의 숨소리와 극심한 기침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게 되자 비로소 멈췄다.

너희들과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행복했고 감사했단다사랑한다 얘들아

아버지는 아마도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 순간에 함께 나눌 추억이 많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는 일인지 생각해 본다.

모닥불 옆에서 기타를 쳐주고 호숫가에서 함께 놀아주던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는 자녀들은

발이 시릴 때는 언제든지 파고들 수 있는

뜨끈뜨끈한 구들장 하나 지니고 사는 느낌일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를 회상하며 술술 풀어낼 훈훈한 기억이 없다는 것은

쓸쓸하기 그지없을 것 같다


내 아이들이 훗날 나를 생각하면서 좋았던 기억 몇 개도 쥐어짜 내려 애써야 한다면

나는 좋은 부모였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을까


갇혀있는 요즘, TV와 컴퓨터 앞에서 답답하고 무료하다고 불평하는 나날이 될 수도 있겠고,

그런 따뜻한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훗날 그 추억이 내 아이들이 험한 세상 살아가는 동안

얼어버린 발을 녹이고 뒹굴거릴 수 있는 아랫목이 되어 준다면 나는 참 좋을 것 같다.




[김수경 기자 c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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