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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세상에 사시나요?
작성자 : 관리자(visualcanada@naver.com)   작성일 : 20.05.21   조회수 : 991


노희경 작가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다시 보았다.

노희경 작품의 캐릭터는 하나같이 인간적이다.


완벽한 의인도 완벽한 선인도 없어서

선한 캐릭터들조차도 있는 대로 욕을 퍼붓고 화를 내고 실수를 하는,

 그래서 가끔 착한 역할 나쁜 역할에 길들어져 왔던 시청자들을

헷갈리게도 하는 그냥 살아있는 인간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가치에 대해 수없이 헷갈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노희경의 작품에서 만나고 배운다.

악인이든 의인이든 모든 캐릭터가 자기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줄 안다고나 할까

감정과 생각을 담아 두는 대신 아프면 아프다, 화나면 화난다,

미우면 밉다, 좋으면 미치게 좋다고 말하며

각자 자기의 인생에 충실한 인물들이 좋다.



사람이 사람에게 이렇게 해줄 게 없다는 게 슬프다

남자 주인공의 대사에서 나는 크고 넓은 사랑을 느꼈다.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합해도 그 사람에게 주고 싶은 마음에 비해

그것이 얼마나 작은지를 아는 사람만이 그런 고백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주고받는 것에 대해 한 치 오차 없이 반반씩 계산하는데 익숙한 사람은

해준 것보다 받은 것이 늘 부족하다고 느낄 테니 말이다.

태어나자마자 쓰레기처럼 나무 밑에 버려지고 이리저리 채이며

쓰레기처럼 살았던 남자 주인공 오수가

마지막까지 쓰레기처럼 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나쁜 놈인 건 분명하지만 꼭 나쁘지만은 않은 오수,

쓰레기처럼 뒹굴며 자기 나름의 생을 가까스로 연명해온 그로 하여금

그 목숨을 한순간에 버리고서라도 누군가를 지키고 싶게 만든 그 사랑.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에 집중하지 않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인간적인 사랑을 돌아보게 만드는

노희경 작가의 능력에 매번 감사하게 된다.


늘 마지막엔 인간애가 있고 화해와 용서가 있어서 

더 좋은 작품을 밤새 다 보고 일어난 아침,

 

10대 소녀들을 유인해 성폭행하고 아기를 출산하게 한 뒤

그 아기들을 팔아넘긴 나이지리아의 속칭 신생아 공장에 대한 뉴스를 보았다.

누군가는 쓰레기처럼 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안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의 생계를 이으려는 절박한 소녀들을 쓰레기처럼 이용하는 세상.

어떤 가치를 따르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른 세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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