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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딸을 지키지 못했지만 소녀는 스스로를 지켰다
작성자 : 관리자(visualcanada@naver.com)   작성일 : 20.06.25   조회수 : 977

 

부부의 세계를 통해 자녀에 대한 부모의 한국적 시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경남 창녕 아동학대 사건을 통해 아동학대에 대한

한국 정책의 모순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모의 시각이나 정책의 잣대가

여전히 자녀들을 부모의 일부로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목숨 걸고 탈출한 소녀가 최초 신고자에게 데려다 달라고 했던 곳이

이전에 지낸 적이 있었던 위탁가정이었다고 보도되었다.

여전히 한국식 사고방식에서는 그래도 친부모가 낫다는 인식이 팽배한 탓인지

위탁가정에서 잘 지내고 있는 아이들도 친부모가 데려가겠다고 하면

위탁부모는 무조건 보내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는지 궁금하다).

그게 사실이라면 부모에게 생명을 위협받는 자녀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안식처는 어디에 있다는 것일까?

아이들이 너무 어리고 힘이 없어서 부모를 포함한

더 힘센 상대로부터 권리를 침해받는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보호해야 할 주체는 국가이고 사회이다.

하지만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아동의 안전과 권리의 무게보다

친권의 권리가 같거나 혹은 더 중하게 인정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부모의 폭력으로부터 탈출한 아이들을

다시 그 부모의 보호 아래 두는 것이 제일 낫다고 너무 쉽사리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모순인가!

섣부른 판단으로 다시 부모에게 돌려보내져

두 배 세배의 보복성 학대를 당하다가

결국은 죽음으로까지 내몰린 여러 사건을 기억한다.

아이들의 권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양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친권에 대해서는 냉정하기 그지없다.

폭력을 당했던 아이들은 그 폭력을 했던 사람과 한집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일 텐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을

더 큰 공포와 폭력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은

꽃 같은 그들에겐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건 이후 동생 3명도 부모와 분리되어 관찰 중인데

3, 4, 생후 3개월인 동생들은 다행히도 상처도 없고 몸무게도 정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상처나 몸무게만으로 그 3명이 안전하다고 절대 판단할 수 없는 이유가,

학대란 본래 학대당한 아동뿐 아니라

학대를 목격한 아동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학대를 당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 자체가 어린아이들에게는 공포이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학대를 당연히 하는 어른이 되거나

학대당하는 것에서 보호해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기 쉽다.

언니 혹은 누나가 매 맞고 손가락이 프라이팬에 지져지는 동안

비명을 듣거나 피 흘리며 우는 소리를 들었을 수도 있고

자기들이 맛난 반찬에 따끈한 밥을 먹을 때

쇠사슬에 목이 묶여 베란다에서 굶고 있어야 하는 소녀의 모습을 보았을 수도 있다.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교육적 목적으로 때렸다고 계부는 말했다고 하는데,

피 흘리며 개처럼 묶여있는 누나를 보며 그 3명의 동생은

, 말을 안 들으면 저렇게 될 수 있으니

나는 부모 말을 잘 듣는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겠다라고 과연 생각했을까?

아니면 말을 안 듣는 애는 당연히 욕조 물에 머리가 쳐박혀 숨 못 쉬고 죽거나,

하루 한 끼 먹다가 굶어 죽거나, 쇠로 맞아 죽어도 당연한 거야라고 생각했을까?

 

다행히 그 소녀는 여린 몸으로 커다란 용기를 내었고

지옥에서 탈출했으며 결국 스스로의 목숨을 구했다.

치료를 받아 지금은 상흔도 사라지고 밥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여느 학대 아동과는 다르게 목소리도 낭랑하고 밝아

부모에게 받은 학대의 기억을 잘 극복하리라 믿어 보지만

이 문제는 한 소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에,

위탁가정보다 못한 친부모 가정도 있음을,

말을 안 듣는다는 것도 순전히 폭력을 저지르는 자의 일방적인 기준일 뿐임을,

어린아이들은 내 아이기 이전에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는 주체임을

당연한 상식으로 인지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00612/101479712/2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3&oid=025&aid=000301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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