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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과 커피 한 잔
작성자 : 관리자(visualcanada@naver.com)   작성일 : 17.02.22   조회수 : 2051

 

중학교를 다녔던 시절 특별히 친하게 지내던 같은 반 친구가 있었다. 얼굴이 동그랗고 키가 작았던 이 친구는 가끔씩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이른 아침에 등교해서 교무실 담임선생님 의자 위에 누런 종이로 싼 무엇인가를 두고 나오곤 했다. 그게 뭐냐 물었더니

그 친구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얼굴이 붉어져서 손사래를 쳤고 나도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캐묻거나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느 날 우연히 학급일지를 가지고 담임선생님께 검사를 맡으러 교무실로 들어갔을 때도 그 꾸러미 같은 것이 있었고

마침 선생님께서 그것을 챙기며 퇴근 준비를 하고 계셨다. 너 이게 뭔지 아니?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20대였던 선생님은 졸업하고 학교에 배정되신 지 얼마 안된 총각선생님이셨기에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넘치는 분이었다.

이건 너만 알고 있어……**가 아버지가 안 계셔. 그래서 **어머니께서 ** 때문에 굉장히 걱정이 많으셔서 가끔씩 이렇게 뭘 보내신단다.

이렇게 안 하셔도 되는데……너랑 친하니까 신경 좀 많이 써주렴. 소포 부치는데 쓰는 누런 봉지로 둘둘 말아서 부끄러운 듯

방석아래에 얼른 감추고 나가곤 했던 친구를 보면서 그 시절의 나는 한번도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선생님한테 뇌물을 주는 건 아닐까?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세 어린 자녀를 홀로 키우시느라 몸과 마음이 고단했을 그 친구 어머니께서

아빠 없는 빈자리가 행여나 표가 날까 걱정과 감사의 마음을 정성껏 담아 틈틈이 손으로 짠 조끼였다는 것을 나중에 그 친구를 통해

들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우리 반에는 전교에서도 말썽꾸러기로 유명한 아이가 있었고 선생님께서는 그 친구도 각별히

신경 써주라고 내게 남모르게 부탁하셨기에 선생님께서 모든 학생을 골고루 품어주신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것이 내가 중학생이었던 그 시절의 선생님과 제자의 모습이었다.

 

요즘 김영란법이 뜨겁다. 교육이 무너지고 경쟁도 치열하고 이젠 시대가 변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들 한다.

그래서 제자가 스승께 카네이션이나 캔 커피 한 잔을 사다 드리는 것이 선물이냐 뇌물이냐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며,

사제의 정 때문에 주는 것인지 성적을 위해서 주는 것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들 한다.

사제의 정을 법으로 가름해야 한다면 그것은 그냥 법일 뿐이지 정은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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