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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늙어간다는 것
작성자 : 관리자(visualcanada@naver.com)   작성일 : 17.09.01   조회수 : 2072

 


홈피에 올라온 글이 너무나 딱딱한 글이 많아서

오늘은 제 일상적인 애기를 하나 올려보겠습니다.

 

저에게도 오래된 간장 독처럼 편한 친구가 있답니다.

나이는 저보다 몇 살 연배에서 50대 초반이지만

지금도 독신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천진난만한 개구쟁이처럼 종횡무진하며

사리분별이 약간 부족한 면도 보이고

자유로운 영혼을 줄기차게 주장하며 인생 덧 없다 외친답니다.

 

어제는 뜬금없이 전화가 와서 사무실 도착 5분전이니 바로 내려오라는 겁니다

후다닥 마무리 하고 핸드폰만 챙겨 내려갑니다. 

 

 

 

요즘 부쩍 심드렁하다. 

세상에 재미 있는 일이라곤 없단다. 

"연애라도 하지 그래?" 

김빠진 콜라같은 표정을 지을 때마다 내가 하는 소리다. 

"어디, 정말 괜찮은 여자가 있어야지" 

"세상 구석구석을 다 뒤져보면 하나쯤 정말 괜찮은 여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다가 늙어 버리면 그여자가 날 좋다고 할까? " 하면서 까르르 웃어 넘기곤 하는 

이 레파토리는 무한 반복이다.

 

 

 

"연애도 삼십대에나 하는거지, 그래도 그땐 조금 생기도 있고,

푸른빛도 돌고 그랬는데...

아깝다. 내 청춘" 소금에 절인 배추 같은 소릴 하면

" 어머 얘, 넌 완전 팍삭 늙은 사람처럼 말하는구나?

 

시장 통 끝에 있는 무도회장 근처엘 가보면 아직도 6070

.녀 커플들이 얼마나 열정적인 연애를 하는데~" 

그러면서 또 까무룩 웃는다.

 

 

"그거 알아? 늙어 갈 수록, 슬픈일엔 담담해 지는데 웃으려고 하면 눈물이 난대. 

, 웃긴 건 유년의 기억은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어제 오늘 일은 까마득하게 기억이 안난다는 거야. 정말 맞지 않아..?하하 

웃으라고 하는 소리였는데, 정작 친구는 웃지도 않은 채 

적막하게 서글픈 눈이 되어 버린다. 심상하게시리.


    

요즘은 정말 핀트가 잘 맞질 않는다.

늙으면 정서도 까다로워지고 변덕도 심해진다더니. 

나이가 들면 연애를 해도 정말 이기적일거야

 왜냐하면 모두 지친 영혼들이거든, 

서로 위로 받기를 원하고, 이해 받기를 원하고,

아늑하게 쉴 자리를 원하거든 

새로운 에너지도, 희망적인 비전도 없고, 

그냥 관능적인 충동의 속도는 빠른데, 또 그만큼 그 힘도 빨리 사그러 들잖아..?

 

 

 

불쌍한 사람끼리 우울증 환자처럼 서로 의지하고 기대고  

푸념하면서 술먹고 모든걸 다 잊어버려야 한다는 듯이

열정을 가장한 관능적인 욕구로 섹스하고..  

그런건 정말 객관적으로 봐도 아름다운 로맨스라고 우기긴 힘들지 않을까? 

그러다가 또 조증 환자처럼 터무니 없이 사랑을 미화하고, 

상대를 턱없이 부풀려 확대해석하여 관계를 정당화하는 망상을 반복하구.. 

우리는 이래서 안돼 .. 연애가 되겠냐? 이렇게 심드렁해서야 원..

 

 

 

내 말은 그러니까 우리가 계속적으로 아픈건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구 내부에서 찾아야 돼. 

밖에선 치유 할 수 없는 때가 온거라구 결국. 

그건 연애도 운동도 여행도 해결 해 줄 수 없어. 

결국 누구에게나 오는 그것이 오고야 만거거든 , 그게 뭔데? , 그건 그... 

사는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진짜 내맘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

 

 

 

뭔가 있어야 할 것 같고, 어딘가에 더 중요한 것이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이제 거둘 때가 되었다는 거지. 

그런건 처음부터 없었거든.

 

 

 

막다른 골목까지 들어선 기분이 드니까

틈만 나면 불안한 마음이 비집고 나오는거 아닐까 

그래서 그 기분을 잊어 보려고 사람들을 만나고 

명품을 사들이고, 음주가무의 시간을 보내고, 또 아찔하게 연애도 하고...

 

 

 

하지만, 장담하건데 그런 걸로는 절대 치료 불가야 

돌아서면 다시 초조한 마음이 끊임없이 비집고 나오거든 

그런 기분 상태가 되면 누구나 조금 견디기 어려우니까 사람이 그립다고 생각이 들지만 

결국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때 뿐이지 근본치유 되지 않아. 그건 내부의 문제거든..

 

 

 

그렇담 인생이 너무 가엾지 않니? 

그러게, 너무나 가엾긴 한데 사실 공평하게 모두 가여우니까... ㅎㅎ 

그리고 어쩌면 행복하진 않아도 불행하지 않은걸 감사해야 한다니까..?

그게 얼마나 큰 다행이야..

 

 

     

 

 

어느날 문득 예고없이 만나도 

웃다가... 심각했다가 ...함께 쓸쓸했다가.. 

또 아무일 없던것처럼 카페를 나와 

천연덕스럽게 서로의 단점을 말해주고 넌 이래서 안돼 넌 이런면이 좋아... 

무심히 헤어져 집으로 가 버려도 되는 나의 20년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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