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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작성자 : 관리자(visualcanada@naver.com)   작성일 : 20.07.13   조회수 : 995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 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의 죽음에 관련해

감독의 폭언·폭행 폭로가 만발한 가운데

감독이 최 선수의 어머니에게 직접 최 선수의 체벌을 강요했다는 증언이 나와

운동을 하는 선수들 및 그 부모들의 공감과 분노를 사고 있다.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7일 최 선수의 아버지는 본지와 통화에서

"20174월쯤 김 감독이 우리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딸의 뺨을 때렸고,

아내에게 딸의 뺨을 직접 때리라고 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 선수의 부모가 김 감독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과

뺨을 때리는 소리를 최 선수 동료 중 한 명이 보고 들을 수 있는 자리였음에도 말이다.

 

 

.내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일인 걸까 솔직히 뭘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

 

 

오랜 시간 시달리며 고민해 온 최 선수 일기장의 한 구절이다.

가해자 앞에서 무릎 꿇고 자신을 때리라는 말에 복종하며

자신을 괴롭혀온 선배의 손을 붙잡고 당부의 말을 하고 떠나는 부모의 무력한 모습을 보면서

어디에도 자신이 의지하고 힘이 되어줄 만한 사람이 없다고 느끼지는 않았을런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일인지는 최 선수뿐만 아니라

최 선수의 부모도, 동료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때리면 맞고 욕하면 듣고 그런 세월이 성공을 보장해 줄 거라 세뇌당해 온 탓인지

유달리 예체능계의 폭력 사건은 빈번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의례 그런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반항할 엄두도 못 낸 채

지금까지 묵묵히 관행을 답습해 왔다면

이제부터라도 운동선수로 성공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중요한 것인지, 자존감이 해체되고 정신이 망가져도 괜찮을 만큼 중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선택했으면 좋겠다.

운동이든 기타 다른 어떤 진로든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거나 포기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성공에 집착한 나머지 어떤 부당한 대우에도 거절 못 하고 굴종할 수밖에 없다면

최 선수나 최 선수 부모 같은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죽어버렸으면, 길 가다 누군가 차가 쳤으면,

자는데 강도가 들어 날 찔러줬으면 이 생각이 수백 번씩 머릿속에 맴돈다.

 

 

아버지는 딸이 감독과 선수에게 폭언 폭행을 당했는지도 전혀 몰랐고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해야 딸이 운동선수로 성공할 줄 알았다고,

그래서 엄마도 딸을 잘 봐달라는 의미로 무릎을 꿇었다고 말했지만

그 어떤 성공도 죽음 앞에서 빛날 수는 없는 것이다.

숙소를 이틀 동안 무단 이탈했을 때 왜 그랬을지 한 번이라도 의심해 봤더라면

그래서 한 번이라도 일기장이 아닌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말할 수 있었더라면.

때 늦은 부질없음이 더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만약 폭언 폭행을 당하는지 알았더라면 아버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최 선수 부모를 떠나 그러면 우리는 어떤 부모일까 자문해 보자.

만약 내 자식이 그런 곪아 터진 이야기들을 털어놓았을 때,

참아라 견뎌라, 그래야 성공한다, 다 너를 위한 일이다,

쉬운 건 세상에 하나도 없다라고 말하는 대신,

지금이라도 다른 선택을 해도 좋다, 성공하는 것보다 네가 행복한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다,

네가 이렇게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럽다면 나도 원하지 않는다,

부모가 보는 앞에서 자식에게 욕을 하고 폭행하는 것도 모자라

부모에게 자식을 폭행하도록 명령하는 스승에게 너를 더이상 맡겨두고 싶지 않다,

너는 누구에게도 그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그런 부모일까?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비 오는 날 먼지가 나게 맞으면서 참고 참다가 죽음을 선택한 딸의 마지막 말.


하지만 죄를 밝혀도 엄마를 사랑하는 그 딸은 이제 영영 돌아올 수가 없다.

 

 

 

[출처중앙일보] [단독엄마 불러 " 뺨을 때려라"…최숙현 감독의 엽기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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