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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어요. 선생님들만 보면 왠지 기분이 안 좋아요. 그래서 애들 때문에 선생님과 면담을 할 일이 있어도

웬만하면 미루고 학교에 갈 일이 있으면 선생님들과 마주칠까 봐 고개 숙이고 후다닥 들어갔다 나오곤 해요.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저에게 반갑게 인사하려고 다가오시는데 제가 너무 싫어서 도망치듯 나오곤 하는 거죠. 대체 왜 이럴까요?”

이 내담자의 경우는 어린 시절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거짓말을 한다는 오해를 받아 마음고생이 너무 심한 나머지

교실에서 오줌도 싸고 했던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채 남아있던 경우였다 이처럼 트라우마란 무의식 속에서 지속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 경험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정적 경험은 또한 비합리적인 생각이나 믿음으로 확장되어

과거 경험과 관련된 작은 일만으로도 자동적으로 되살아나 지난날의 감정이나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살아가면서 한 두 가지의 마음의 상처도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한 일들은 피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지만 어떤 경험들은

인생전체를 뒤 흔들 만큼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또 어떤 것들은 그럭저럭 견딜만한 흔적만 남기기도 한다.

또한 어떤 이는 쉽게 떨쳐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기도 한다.

전쟁이나 천재지변, 아동기 성폭행, 불의의 사고 이러한 사건들은 평생 동안 극복하기 힘든 커다란 심리적 상처를 남기기 쉬운데

이러한 것을 빅트라우마라고 지칭한다. 빅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일생에 걸쳐 반복적으로 악몽이나 불안감,

공포심을 경험하는 등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받으며

이는 결국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에 반해 스몰트라우마는 자신감이나 자존감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부정적 경험을 의미하며

배신감 굴욕감 억울함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일례를 들자면 고등어를 극도로 싫어하는 한 주부의 경우가 있었다. 그 내담자는 남편과 결혼한 후 홀어머니를 오랫동안 모시며

함께 살았는데 생선을 유독 좋아하시던 시어머니 때문에 입덧이 심하던 때에도 역겨운 비린내를 참고 고등어를 구워내야만 했다.

유난히 입덧이심했던 그 주부에게는 고등어를 굽는 일이 너무나 고통스러웠건만 남편이나 시어머니는 그러한 자신의 고통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았다. 특히 지극한 효자였던 남편은 당시 거의 음식을 입에 대지도 못하던 아내에겐 무심하면서 밥상머리에 붙어 앉아

어머니의 수저 위에 고등어 살을 얹어드리기 바빴고, 내담자는 반찬을 정답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자를 보면서 마치 그 집안의

시중꾼이 된듯한 모멸감과 함께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가 오랫동안 쌓이게 되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에도 고등어는 절대 입에 대지도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어떤 말 한마디나 사소한 행동, 특정한 사건 혹은 상황 등은 모두 어떤 이들에겐 심리적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어떤 이에겐 별거 아닌 일이 다른 어떤 이에겐 매우 심각한 상처가 되는 이유는 그 사건자체의 심각성 때문이라기 보다,

그 사건을 접하는 개인의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심리적 트라우마가 발전된 형태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특징 중

한가지는, 평소에는 일상적인 생활을 잘 하는 듯싶다가 불현듯 떠오른 과거기억 때문에 짧은 시간 혹은

하루 종일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인 참전군의 경우, 일상 생활 중에 큰소리를 들으면 전쟁 당시 폭발음을 떠올리게 되어 자제력을 상실하는 일도 있다. 

또한 과거 힘들었던 경험과 관련된 장소나 사건,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게 되고 회피하려고 노력하며,

만약 어쩔 수 없이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감정조절이 매우 어려워진다.

무감각, 기억장애, 절망감, 무력감, 집중력 저하에 시달리기도 하고, 알코올 또는 약물남용으로 흐르기도 쉽다.

보다 가깝게 접할 수 있는 트라우마의 원인들로는 스포츠 경기로 인한 부상, 수술, 가까운 지인의 갑작스런 죽음,

자동차 사고, 중요한 인간관계의 단절, 굴욕적인 경험, 신체적 장애나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질병의 발견 등이 있다.